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레퍼토리 중 가장 많이 연주되는 것이 ‘미션 임파서블’의 테마 음악일 것이다.
1996년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의 1편이 개봉되기 전에는 이 테마곡이 ‘제5전선’으로 불렸다.

‘제5전선’은 미국 CBS에서 1966년부터 1973년까지 방송된 수사 드라마이다. 미국의 비밀정보 기관 IMF(The Impossible Mission Force)의 수사요원 다섯 명이 한 팀을 이뤄 세계 평화를 해치는 국제적인 음모를 분쇄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007시리즈에 버금가는 신식 장비가 등장하고, 교묘한 플롯에 액션까지 가미된 첨단 수사물이었다. 1971년 최불암의 ‘수사반장’이 한국에서 처음 소개된 것을 감안하면 ‘제5전선’은 획기적이었다.

특히 성냥불을 켜 도화선에 불을 붙이는 것으로 시작되는 도입부는 TV 시리즈 사상 최고의 오프닝이다. 성냥에 불이 붙여지면서 생긴 1차 폭발에 이어 곧 터질지도 모를 폭탄으로 이어진 도화선의 스파크는 드라마가 추구하는 핵심을 단적으로 보여준다. 이 도화선을 끄지 않으면 세계 평화가 깨어진다는 타임라인, 바로 시한폭탄이 주는 짜릿한 긴장감이다.

서스펜스에서 가장 빈번하게 쓰이는 것이 타임라인 기법이다. 시험 문제를 푸는데, 시간이 모자라 오금을 저려본 이들이 느낄 것이다. 제시간 안에 끝내야 하는데, 시간은 시한폭탄처럼 째깍째깍 간다. 빚쟁이의 빚 독촉도 그렇다. 돈을 마련하지 못했는데, 시간은 죽음처럼 다가온다.

시간 안에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때 묻은 러닝셔츠 바람으로 뉴욕 거리를 동분서주하는 ‘다이하드’나, 시간 안에 미래로 가야하는 ‘백 투 더 퓨처’가 피 말리는 시간을 소재로 한 영화들이다. 미국의 드라마 ‘24시’ 같은 경우 아예 드라마와 현실의 시간을 맞춰 움직이는 액션 스릴러물이다.

‘제5전선’의 생명줄 또한 시간이다. 시간 안에 해결하지 못하면 요원들이 모두 죽고, 세계는 악의 소굴로 변한다는, 불가능에 도전하는 작전이다.

1996년 ‘미션 임파서블’이 브라이언 드 팔머 감독에 의해 리메이크되었을 때 가장 아쉬운 것이 원작 드라마의 타임라인이 깨어지고, 액션에 치중한 것이다. 존 우(오우삼) 감독의 2편(2000년)은 몸속에 악성 바이러스를 주입해 이를 해독하지 않으면, 사람들이 모두 죽는다는 설정이어서 다소 원작의 긴장감을 재생시켰고, J.J. 에이브람스가 감독한 3편 또한 사랑하는 아내가 인질로 잡혀 있고, 머리 속에 든 시한폭탄을 제거해야 하는 이단 헌트(톰 크루즈)의 활약상으로 인해 원작의 긴장감을 다시 살려내고 있다.

줄거리는 다소 차이가 나지만, TV드라마와 영화를 넘어 훼손 없이 사랑받은 것이 바로 테마 음악이다.

이 테마곡의 작곡가는 랄로 쉬프린(1932년~)이다. 아르헨티나에서 태어난 그는 부에노스 아이레스 대학과 파리음악원을 나왔다. 68년 스티브 맥퀸의 ‘블리트’의 OST에 참여했으며 이후 클린트 이스트우드의 ‘더티 해리’, 이소룡의 ‘용쟁호투’ 등에도 참여했다.

영화는 랄로 쉬프린의 원곡을 시대에 맞춰 업그레이드했다. 1편에는 영국의 뮤지션 U2가 참여했고, 2편에서는 림프 비즈킷이 참여해 신세대 감각에 맞춰 한층 세련된 테마곡을 선사했다.

3편은 아예 랩 버전으로 등장한다. 톰 크루즈를 비롯해 제작진들은 최신의 감각에 맞추기 위해 세계적으로 인기를 끌고 있는 래퍼 카니예 웨스트를 선택했다. 웨스트는 테마곡의 보컬과 스코어 부분을 편곡했다. 또 이 영화의 노래는 웨스트를 비롯해 힙합 가수인 트위스타와 떠오르는 신예 여가수 케이샤 콜이 함께 참여해 경쾌하면서도 멋진 하모니를 들려준다.

또 하나 변하지 않는 것이 임무하달 방법이다.

드라마에서는 IMF에 배달된 녹음테이프를 중심으로 이야기가 시작된다. 이 테이프에는 사건의 배경과 개략적인 정보가 담겨 있고 반드시 범인들의 사진이 테이프와 함께 동봉되어 전달된다. 그리고 이 테이프는 항상 이렇게 끝을 맺는다. “당신이 죽거나 체포되어도 우리는 당신의 존재를 부인할 것이요. 이 테이프는 지금부터 정확히 5초 뒤에 자동으로 사라질 것이오.” 마지막 메시지와 함께 테이프는 ‘퍽!’하면서 연기를 내뿜으며 소각된다.

자욱한 연기와 소음이 눈에 띄면 안 되는 스파이의 생리에 엄청나게 반하지만, 그 시각적 효과는 대단했다. 시대가 바뀌면서 영화에서는 더 이상 미니 녹음테이프를 쓰지 않게 되었다. 1편에서는 광디스크가, 2편에서는 '엑스맨‘의 사이클롭스가 쓰던 선글라스와 비슷한 고글이 등장한다. 3편은 가장 원작 드라마와 유사한 아이템인 1회용 카메라가 쓰였다. ‘퍽!’하는 소음과 연기도 비슷하다.

‘미션 임파서블’의 첩보기구는 IMF이다. CIA의 하부 구조쯤으로 이해될 이 조직은 1편이 나왔을 때는 사람들의 관심이 적었다. 그런데 2편이 소개되면서 그 가공할 위력이 한국에서는 피부로 다가왔다. IMF 구제금융을 받은 상처와 기억 때문이다.

‘우리는 당신의 존재를 부정할 것이오’라는 메시지도 그랬다. 당신이 죽거나 파산을 해도 우리는 당신의 존재를 본체만체할 것이오. 그렇게 절박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여름밤 영화음악회에서 울려 퍼지는 랄로 쉬프린의 원곡을 들으면 그 생각이 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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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osted by Usmile~*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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